년 10월 AI 및 로봇 연구 동향
1. 2020년 10월, AI 및 로봇 기술 지형의 변곡점
2020년 10월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이 단순한 기술적 탐구의 대상을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산업 구조의 근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음을 명확히 보여준 시기였다. 이 시기에 발표된 주요 정책, 연구, 그리고 산업 동향은 기술의 성숙과 사회적 확산이 동시에 가속화되는 중요한 변곡점을 시사한다. 특히 전 세계를 강타한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Untact) 기술의 중요성이 전례 없이 부각되면서, AI와 로봇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과 필요성은 급격히 증가하였다.1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각국 정부가 관련 산업 육성과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학계와 산업계가 현실 세계의 문제 해결에 더욱 집중하는 강력한 동인이 되었다.
본 보고서는 2020년 10월에 나타난 세 가지 핵심 축—1) 국가 단위의 체계적 전략 수립, 2) 학계의 근본적 기술 진보, 3) 산업 생태계의 구체적 형성—을 심층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각 축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당시 기술 지형을 형성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함의는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보고서는 먼저 대한민국, 미국, 그리고 뉴욕시의 사례를 통해 국가 및 도시 차원의 거시적 정책 방향을 분석하고, 이어 국내 로봇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살핀다. 그 후, IROS, ECCV, NeurIPS 등 최상위 국제 학회를 통해 발표된 핵심 연구들을 기술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하며 당시 기술 발전의 최전선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산업계 동향과 주요 행사를 통해 연구와 시장의 접점을 분석하고, 종합적인 결론과 미래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2020년 10월이라는 특정 시점이 AI 및 로봇 기술의 역사에서 가지는 중대한 의미를 규명한다.
2. 국가 및 도시 단위의 AI 전략 본격화: 정책적 지향점 분석
2020년 10월은 AI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정책적 차원에서 한층 더 구체화되고 다층화된 시기였다. 국가 단위의 거시적 청사진 제시는 물론, AI 기술이 실제로 적용될 도시 단위의 미시적 전략까지 등장하며 AI 거버넌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1 대한민국: 메모리 강국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 선언
2020년 10월 12일, 대한민국 정부는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국가 AI 전략의 핵심 방향을 명확히 했다.2 이는 단순히 AI 알고리즘 개발이나 서비스 확산에 그치지 않고, AI 기술의 물리적 기반이자 핵심 경쟁력의 원천인 하드웨어, 즉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 전략은 매우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20개의 혁신 기업과 3,000명 이상의 고급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량적 목표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담고 있다.2 이러한 전략이 수립된 배경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IHS Markit(2019)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약 7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AI 시대의 ‘두뇌’ 역할을 할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한 실정이다.2 따라서 이 전략은 메모리 반도체의 성공 신화를 비메모리 분야, 특히 미래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AI 반도체로 확장하여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국가적 과제를 반영한다.
2.2 미국: 국가 AI R&D 전략 계획을 통한 리더십 공고화
같은 달, 미국은 국가과학기술회의(NSTC)를 통해 「국가 AI R&D 전략계획(The 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 Development Strategic Plan)」을 발표하며 AI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3 이 계획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AI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강조하며,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극대화하고 잠재적 위험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계획의 핵심은 7대 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장기 AI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인간과 AI의 효과적인 협력 방법 개발, ▲AI의 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에 대한 이해 및 해결, ▲AI 시스템의 안전성 및 보안성 확보 등이 포함된다.3 이는 미국이 단순히 기술 개발의 속도뿐만 아니라, 기술의 질적 성숙과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과학기술정책국(OSTP)이 발표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비(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보고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결과를 정책 제언에 반영함으로써, 기술 거버넌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중시하는 미국의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접근법을 잘 드러낸다.3
2.3 뉴욕시: 도시 단위 AI 전략의 선도적 모델 제시
국가 단위의 거대 담론 속에서, 2020년 10월 뉴욕시가 발표한 「인공지능 전략(AI Strategy)」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4 유네스코, EU, OECD 등 국제기구나 주요 국가들이 AI 전략을 수립하던 시기에, ‘도시’ 차원에서 발표된 몇 안 되는 선도적 사례였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교통 시스템, 안면인식을 활용한 범죄 예방 등 AI 기술이 실제로 구현되고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본 단위가 도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뉴욕시의 접근은 매우 실용적이고 시의적절했다.
뉴욕시 전략의 핵심 목표는 기술 자체가 아닌 ’시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 뉴욕 시민이 AI로 인한 혜택을 최대한으로 누리게 하고, 둘째, AI가 가져올 수 있는 해악의 가능성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며, 셋째, 모두에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포용적인 AI 생태계를 구상하는 것이다.4 특히 주목할 점은 전략 수립의 방법론이다. 뉴욕시는 50개 이상의 산하 단체 및 외부 기관과의 심층 인터뷰와 사전 조사를 통해 시의 AI 생태계(산업, 교육기관, 시민사회, 정부 기관, 데이터 인프라 등)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4 이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 가용 자원을 명확히 파악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처럼 2020년 10월에 발표된 각국의 AI 전략들은 AI 거버넌스가 단일 차원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국가 R&D라는 거시적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한국은 AI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 분야에 집중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내놓았고, 뉴욕시는 AI 기술이 실제로 적용되는 도시라는 공간 단위에 초점을 맞춘 시민 중심의 실용적 전략을 선보였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다층화’ 현상은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통합되면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로, ’국가 비전(미국) - 산업 육성(한국) - 사회 적용(뉴욕)’이라는 상호 보완적인 구조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각 전략은 자국의 강점과 약점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접근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강력한 제조업 및 반도체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은 AI의 핵심 하드웨어를 ’만드는 국가’가 되겠다는 전략을 통해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에서의 상대적 열세를 극복하고자 한다. 반면, 이미 강력한 AI 연구 및 산업 생태계를 갖춘 미국은 장기적 R&D 투자와 윤리·안전성 같은 거버넌스 이슈에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글로벌 금융 및 미디어 허브인 뉴욕시는 AI 기술을 가장 잘 ’쓰는 도시’가 되어 시민 서비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산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전략적 포지셔닝의 차이는 향후 글로벌 AI 경쟁 구도가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다각적인 형태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 정책/전략명 | 발표 주체/국가 | 발표일 | 핵심 정량 목표 | 주요 중점 분야 | 기저 철학 및 접근법 |
|---|---|---|---|---|---|
|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 대한민국 정부 | 2020년 10월 12일 | 2030년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혁신기업 20개, 인재 3,000명 양성 | NPU 등 AI 반도체 기술 개발, 데이터·AI 알고리즘과의 연계, 신개념 PIM 반도체 개발 | 하드웨어 경쟁력 기반, 메모리 강국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 |
| 국가 AI R&D 전략계획 | 미국 국가과학기술회의(NSTC) | 2020년 10월 | (정량 목표 미제시) | 장기 AI 연구, 인간-AI 협력, 윤리·법·사회적 함의, AI 안전성 및 보안 | 기술 리더십 유지 및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포괄적 R&D 프레임워크 |
| 뉴욕시 인공지능 전략 | 미국 뉴욕시 | 2020년 10월 | (정량 목표 미제시) | 시민 혜택 극대화, 시민 보호, 포용적 AI 생태계 구축, 데이터 인프라 관리 | 기술의 실제 적용 단위인 ‘도시’ 중심의 시민 친화적, 실용적 접근 |
|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 | 대한민국 정부 | 2020년 10월 28일 | 2023년 글로벌 4대 로봇 강국 진입 | 3대 제조업 로봇, 4대 서비스 로봇, 핵심 부품 국산화, 규제 혁신 | ‘선허용-후규제’ 원칙에 입각한 시장 창출 및 산업 확산 가속화 |
3. 로봇 산업의 재도약: 규제 혁신과 4대 서비스 로봇 육성
2020년 10월은 대한민국 로봇 산업 정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였다. 기술 개발 지원 중심의 전통적인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시장 창출의 가장 큰 장벽으로 지적되어 온 ’규제’를 혁신하는 데 정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3.1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 발표
2020년 10월 28일,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2020 로보월드’ 현장 대화에서 정부는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1 이 로드맵의 핵심 철학은 ‘선허용-후규제’ 원칙으로 요약된다. 이는 신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사전에 정비하여, 로봇 기술이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하고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전환은 로봇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인식 하에 이루어졌으며,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가속화된 비대면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로봇 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1
정부는 이 로드맵을 통해 2023년까지 글로벌 4대 로봇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1년도 로봇 관련 예산을 2020년 대비 32% 증액한 1,944억 원으로 편성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1
3.2 3대 제조업 및 4대 서비스 로봇 집중 육성
정부는 국내 로봇 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를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3대 제조업 중심 제조로봇 확대 보급이다. 국내 로봇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상대적으로 로봇 도입이 미흡했던 뿌리·섬유·식음료 3대 제조업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설정했다.1 이를 위해 전문가 TF를 통해 108개의 로봇 활용 표준 공정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선도적인 보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전통적인 주력 산업의 생산성을 혁신하고, 제조 로봇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둘째, 4대 서비스 로봇 집중 육성이다. 정부는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돌봄, 웨어러블, 의료, 물류를 4대 유망 서비스 로봇 분야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1 이는 비대면 수요 증가와 고령화 사회 진입 등 사회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시도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2021년부터 병원 내 물류 이송 로봇을 10~15개 시범 적용하고, 국립재활원과 보훈병원에 재활 로봇을 보급하며, 2018년 계획에 따라 우체국에 인공지능 기반 소셜 로봇을 시범 적용하는 등 공공 부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초기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체화했다.6 이러한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운영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0년 이후 서비스 로봇을 민간 시장으로 본격 확산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3.3 로봇 산업 현황과 과제
이러한 정책적 드라이브의 배경에는 국내 로봇 산업의 현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기준 국내 로봇 시장 규모는 제조용 로봇이 3.4조 원, 서비스용 로봇이 0.86조 원으로, 여전히 제조 분야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5 그러나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서비스 로봇(13.9%)이 제조 로봇(9.8%)을 앞지르고 있으며, 특히 헬스케어, 교육, 군사 분야 서비스 로봇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는 산업의 무게 중심이 점차 서비스 분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었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에 대응하여 로봇용 고정밀 감속기, 서보모터 등 핵심 부품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R&D 및 신뢰성 평가 실증 사업이 중요 과제로 포함되었다.5 이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국내 로봇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이처럼 2020년 10월에 발표된 로봇 산업 정책들은 과거의 기술 개발(R&D) 지원 중심에서 시장 창출의 핵심 장벽인 ’규제’를 혁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정부가 5년간 5,000억 원 규모의 R&D 투자를 계획함과 동시에 6,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1, 기술 개발만으로는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깊은 정책적 성찰을 반영한다. 개발된 기술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테스트되고 상업화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정책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병원, 우체국, 재활원 등 공공 부문에 서비스 로봇을 선도적으로 도입하여 초기 수요를 창출하려는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6 서비스 로봇은 높은 초기 도입 비용과 기술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민간 부문에서 섣불리 도입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첫 번째 구매자(First Buyer)’ 역할을 자처하여 초기 시장의 ’마중물’이 되어주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산업 육성 전략이다. 공공 프로젝트는 로봇 기업에게 안정적인 초기 매출과 함께, 실제 운영 환경에서의 실증 데이터(레퍼런스)를 확보할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민간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출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는 불확실성이 큰 신산업을 육성하는 효과적인 ’시장 창출형 정책’의 전형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4. 최신 연구 동향: 주요 학회를 통해 본 기술적 진보
2020년 10월을 전후하여 AI 및 로봇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국제 학술대회들이 연이어 개최되었다. COVID-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학회가 사상 최초로 가상(virtual)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나 7, 학문적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전 세계 연구자들이 제출한 방대한 양의 논문들은 당시 기술 발전의 최전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본 장에서는 이들 학회에서 발표된 핵심 연구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2020년 10월 당시 AI와 로봇 기술의 현주소를 탐색한다.
| 학회명 | 전체 명칭 | 개최 시기 (2020) | 주요 연구 분야 | 주목할 만한 동향/논문 |
|---|---|---|---|---|
| IROS | IEEE/RSJ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telligent Robots and Systems | 10월 25일 ~ 29일 | 지능형 로봇, 자동화 시스템, 인간-로봇 상호작용, UAV, 자율주행 | 설명가능 로봇(XAI in Robotics), 인체공학적 HRC, 소비자 로봇 |
| ECCV | European Conference on Computer Vision | 8월 23일 ~ 28일 (프로시딩 10-11월 출판) |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딥러닝, 객체 인식, 3D 재구성 | Transformer의 비전 분야 적용, 합성 데이터 활용, 인간 행동 이해 |
| NeurIPS | Conference on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 12월 6일 ~ 12일 (논문 10월부터 공개) | 머신러닝 이론, 강화학습, 딥러닝, 생성 모델, 최적화 이론 | 모델 강인성(Robustness), 오프라인 강화학습, 표현 학습 |
| CoRL | Conference on Robot Learning | 11월 16일 ~ 18일 (논문 10월부터 공개) | 로봇 학습, 시연 기반 학습(LfD), 강화학습, 모방 학습 | 비최적 시연으로부터의 학습(Learning from Suboptimal Demonstration) |
| EMNLP | Conference on Empirical Methods in Natural Language Processing | 11월 16일 ~ 20일 (논문 10월부터 공개) | 자연어 처리, 기계 번역, 텍스트 분석, 대화형 AI | 설명가능 AI(XAI in NLP), 대규모 언어 모델, 상식 추론 |
4.1 지능형 로봇 시스템의 현주소 (IROS 2020)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가상으로 개최된 IROS 2020은 ’소비자 로봇과 우리의 미래(Consumer Robots and Our Future)’를 주제로 내세웠다.9 이는 로봇 기술이 전통적인 산업 현장을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시대적 변화를 정확히 포착한 것이다.
학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첨단 로봇 기술이 발표되었다. 특히 무인 항공기(UAV) 분야에서는 비행시간 연장을 위한 에너지원 스테이징 기술, 딥러닝 기반의 비지도 이상 탐지, 수백 대의 드론을 1분 안에 착륙시키는 군집 제어 기술, 전력선에서 에너지를 수확하는 퍼칭(perching) 드론 등 활용 범위를 기존의 정찰, 감시를 넘어 물류, 유지보수, 재난 대응 등으로 확장하는 구체적인 연구들이 다수 발표되었다.11
또한, 인간-로봇 협업(Human-Robot Collaboration, HRC) 분야에서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Work-related Musculoskeletal Disorders, WMSD) 예방을 위한 인체공학적 로봇 제어 연구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12 이는 로봇이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인간 작업자의 안전과 건강까지 고려하는 진정한 협업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이탈리아 기술연구소(IIT)의 김완수 박사 연구팀은 인간의 관절에 가해지는 과부하 토크를 실시간으로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인간의 과도한 노력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는 인체공학적 협업 제어 프레임워크를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12
이러한 흐름 속에서 IROS 2020 인지 로봇 분야 최우수 논문상은 “Representation and Experience-Based Learning of Explainable Models for Robot Action Execution” (A. Mitrevski, P. G. Plöger, G. Lakemeyer)에게 돌아갔다.13 이 연구는 로봇이 자신의 행동 실행에 대한 결정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논리적 술어와 정성적 속성으로 표현되는 ’관계형 모델(Relational Model)’과, 행동 파라미터와 성공 확률 간의 관계를 매핑하는 ’연속적 모델(Continuous Model, 가우시안 프로세스)’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를 가진다.14 로봇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이 두 모델을 학습하며, 이를 통해 “왜 이 파라미터로 핸들을 잡으려고 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핸들이 수평이고, 로봇의 손이 핸들 위에 위치해야 한다는 관계형 제약을 만족하면서, 과거의 경험상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파라미터였기 때문“과 같이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 연구의 수상은 ’설명가능 AI(eXplainable AI, XAI)’가 로봇 공학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주제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4.2 컴퓨터 비전과 3D 인식의 진화 (ECCV 2020)
8월 말 가상으로 개최되고 10월과 11월에 걸쳐 프로시딩이 출판된 ECCV 2020에서는 5,025편의 논문이 제출되어 1,360편이 채택될 정도로 치열한 학문적 경쟁이 펼쳐졌다.7 딥러닝 기반의 컴퓨터 비전 기술이 주를 이루었으며, 특히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다루려는 시도들이 돋보였다.
예를 들어, 딥러닝과 전통적인 물리 모델을 결합한 ’Deep Social Force Model’을 통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군중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는 연구가 발표되었고 17, 증강현실(AR)과 햅틱 장치를 이용해 물리적 로봇 없이도 가상 환경에서 로봇을 직관적으로 프로그래밍하여 기존 방식 대비 프로그래밍 시간을 47% 단축시킨 연구도 제시되었다.17 또한, 실제 데이터 수집이 까다로운 투명하거나 찌그러진 PET병을 탐지하기 위해, 사실적인 합성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성하여 CNN 모델을 훈련시키는 연구는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았다.17 이는 AI 모델의 성능이 데이터의 양과 질에 크게 좌우되는 현실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방향이다. 한편,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킨 Transformer 아키텍처가 비전 분야로 활발하게 확장되는 경향도 뚜렷했다. Transformer 기반의 손 자세 추정 모델(DePOTR)이나 18, 객체 탐지 모델(RelationNet++) 19 등은 Transformer의 어텐션 메커니즘이 이미지 내의 장거리 의존성(long-range dependency)을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비전 분야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4.3 강화학습과 기계학습 이론의 심화 (NeurIPS 2020)
12월에 개최된 머신러닝 분야 최고 권위 학회 NeurIPS 2020에서는 이론적으로 깊이 있는 연구들이 다수 발표되었다.20 특히 AI 모델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강인성(Robustness)’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GreedyFool’과 같이 모델을 속이는 적대적 공격(adversarial attack)을 효율적으로 생성하는 연구와, 이러한 공격에 방어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활발히 논의되었다.20 또한, 모델의 예측 정확도와 강인성 사이에는 상충 관계(trade-off)가 존재함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AI 모델을 현실 세계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을 시사했다.20
강화학습 분야에서는 ’오프라인 강화학습(Offline Reinforcement Learning)’이 중요한 연구 방향으로 부상했다. 이는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온라인 방식과 달리, 사전에 수집된 고정된 데이터셋만으로 정책을 학습하는 패러다임이다. Aviral Kumar 등이 발표한 ’Conservative Q-Learning for Offline Reinforcement Learning’은 오프라인 데이터셋에 존재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 Q-value를 비관적으로 추정함으로써, 분포 외(out-of-distribution) 행동으로 인한 성능 저하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다.19 이는 로봇, 의료, 자율주행과 같이 실제 환경과의 상호작용 비용이 매우 크거나 위험한 분야에서 강화학습을 적용하기 위한 핵심적인 돌파구로 평가받는다.
4.4 로봇 학습의 새로운 지평: 시연으로부터의 학습 (CoRL 2020 & arXiv)
11월에 개최된 로봇 학습 전문 학회 CoRL 2020에서는 로봇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 능력에 대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특히 10월 17일 arXiv에 선공개된 후 CoRL 2020에서 발표된 “Learning from Suboptimal Demonstration via Self-Supervised Reward Regression” (L. Chen, R. Paleja, M. Gombolay)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22
이 연구는 기존 시연 기반 학습(Learning from Demonstration, LfD)의 근본적인 한계에 도전했다. 대부분의 LfD 및 역강화학습(Inverse Reinforcement Learning, IRL) 기법들은 전문가가 제공하는 ’최적의 시연’을 가정하지만, 실제 로봇을 가르치는 사용자는 비전문가일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그들의 시연은 ’비최적(suboptimal)’일 수밖에 없다. 이전의 최신 기술이었던 D-REX는 비최적 시연에 노이즈를 주입하고, 노이즈가 클수록 성능이 나쁠 것이라는 직관적인 가정(Luce-Shepard 규칙) 하에 궤적들의 순위를 매겨 보상 함수를 학습했다. D-REX의 손실 함수 \mathcal{L}(\theta)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22
\mathcal{L}(\theta) = - \frac{1}{\vert\mathcal{P}\vert} \sum_{(i, j) \in \mathcal{P}} \log \frac{\exp \sum_{s \in \tau_i} R_{\theta}(s)}{\exp \sum_{s \in \tau_i} R_{\theta}(s) + \exp \sum_{s \in \tau_j} R_{\theta}(s)}
여기서 \mathcal{P} = \{(i, j) : \eta_i < \eta_j\}는 노이즈 레벨(η)에 따른 궤적(τ)의 순위 집합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러한 가정이 잘못된 귀납적 편향(inductive bias)을 유발하여 보상 함수 학습을 저해함을 이론적,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구팀은 ’자기지도 보상 회귀(Self-Supervised Reward Regression, SSRR)’라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SSRR은 주어진 비최적 시연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준의 ’최적성(optimality)’을 갖는 데이터를 스스로 합성하고, 이 합성된 데이터들을 이용해 노이즈 수준과 성능 간의 관계를 함수 형태로 학습한다. 이 함수를 통해 노이즈가 없는 이상적인 상황에서의 보상을 추정함으로써, 비최적 시연에 내재된 사용자의 진정한 의도(보상 함수)를 보다 정확하게 복원해낸다. 그 결과, 실제 보상 함수와의 상관관계를 기존 연구의 약 0.75에서 0.95 수준으로 대폭 향상시켰으며, 학습된 보상 함수로 훈련된 정책은 시연보다 최대 200% 향상된 성능을 보였다.22 이는 로봇이 비전문가의 다소 어설픈 시연으로부터도 전문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학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로봇 기술의 대중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술적 진보라 할 수 있다.
4.5 자연어 처리의 설명가능성 탐구 (EMNLP 2020 & arXiv)
11월에 개최된 EMNLP 2020을 앞두고 10월 1일 arXiv에 공개된 “A Survey of the State of Explainable AI for Natural Language Processing” (M. Danilevsky et al.)은 당시 NLP 커뮤니티의 중요한 화두를 제시했다.24 BERT, 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들이 NLP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지만, 이들의 복잡한 내부 구조는 왜 그런 예측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모델의 신뢰성, 공정성, 디버깅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기술의 사회적 수용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다.
이 서베이 논문은 NLP 분야의 XAI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한 최초의 시도 중 하나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연구팀은 50편의 주요 XAI-NLP 논문을 분석하여, 설명을 ‘지역적(local, 특정 예측에 대한 설명)’ 설명과 ‘전역적(global, 모델 전체의 작동 방식에 대한 설명)’ 설명으로, 그리고 설명 생성 방식을 ‘내재적(self-explaining, 모델이 예측과 함께 설명을 생성)’ 방식과 ‘사후적(post-hoc, 예측 후 별도 과정으로 설명을 생성)’ 방식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틀을 제시했다.25 이 논문의 등장은 NLP 커뮤니티의 관심사가 단순히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것을 넘어, 모델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이처럼 2020년 10월을 기점으로 학계에서는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이라는 주제가 여러 AI 하위 분야에서 동시에 핵심 연구 의제로 부상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IROS 2020에서 설명가능한 로봇 행동 모델 연구가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것과 13, NLP 분야에서 XAI 연구 동향을 총망라하는 중요한 서베이 논문이 발표된 것은 24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AI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자율주행, 의료, 금융, 협동로봇 등 사회 시스템 전반에 통합되면서, 모델의 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학계의 연구 방향에 깊숙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AI 연구의 패러다임이 ’성능 극대화’에서 ’신뢰할 수 있는 성능 확보’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흐름이다.
동시에, ’현실 세계의 불완전성을 극복’하려는 연구들이 가속화된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CoRL에서 발표된 ‘비최적 시연으로부터의 학습’ 22, ECCV의 ‘합성 데이터를 이용한 학습’ 17, 그리고 NeurIPS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오프라인 강화학습’ 19은 모두 이상적인 데이터를 가정했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다. 이 세 가지 연구 흐름은 공통적으로 ’데이터의 현실적 제약’이라는, AI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이나 일상생활에 적용할 때 부딪히는 가장 큰 장벽을 해결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들은 AI의 ’실용화’를 한 단계 앞당기는 핵심적인 기술적 진보로 평가할 수 있다.
5. 산업계 동향 및 학술 교류의 장
2020년 10월은 정부 정책과 학계의 연구가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AI 기술에 대한 민간 투자가 특정 분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국내에서는 대규모 산업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AI 및 로봇 산업 생태계의 활력을 증명했다.
5.1 AI 투자의 산업별 동향
2020년 한 해 동안 이루어진 민간 AI 투자를 분석한 결과, ‘약물, 암, 분자 및 신약 발견’ 분야가 138억 달러 이상을 유치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26 이는 2019년 대비 4.5배나 증가한 수치로, AI 기술이 바이오 및 의료 분야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핵심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복잡한 분자 구조를 분석하고,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하며, 임상 시험 결과를 예측하는 과정에 AI를 도입함으로써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막대한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5.2 국내 AI 및 로봇 산업 생태계 활성화
국내에서는 10월 말, AI와 로봇 분야의 대표적인 산업 전시회가 연이어 개최되며 관련 산업 생태계의 성장과 활기를 과시했다.
AI EXPO KOREA 2020은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27 이 행사에는 4개국 107개 기업이 175개 부스 규모로 참가했으며, 21,393명의 참관객이 방문하는 등 큰 성황을 이루었다. 전시 품목은 머신러닝, 딥러닝, 뉴럴 네트워크와 같은 요소 기술부터 챗봇, AI 플랫폼, AI 솔루션 등 응용 서비스까지 AI 산업의 전반을 아우르며, 국내 AI 산업 생태계가 양적, 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28
바로 이어 10월 28일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ROBOWORLD 2020이 개막했다.29 이 행사는 8개국 149개사가 참가하고 2만 2천여 명이 관람했으며, 수출 상담액 3,400만 달러, 계약 체결액 2,300만 달러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했다.30 특히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다수의 산업 전시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침체되었던 국내 로봇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산업 성장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30 LG전자, 우아한형제들과 같은 대기업부터 엔젤로보틱스, 트위니 등 유망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여, 산업계 전반의 높은 관심과 기대를 증명했다.1
2020년 10월 한 달 동안 대한민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AI 반도체 전략’ 발표, ‘로봇산업 규제혁신 로드맵’ 발표, 그리고 ’AI EXPO’와 ’ROBOWORLD’의 성공적 개최—은 정부, 연구계,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AI 반도체와 로봇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명확히 지정하고 구체적인 육성책과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하자 1, 거의 동시에 관련 기업들이 자사의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대규모 산업의 장이 열린 것이다.28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의 정책 발표는 산업계에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 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산업 전시회는 정책의 효과를 시장에서 가시화하는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정책에 반영하는 중요한 피드백 채널로 기능한다. 이는 정책, 연구, 산업이 각자 고립되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계되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6. 종합 분석 및 미래 전망
2020년 10월에 나타난 AI 및 로봇 분야의 주요 동향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이 시기는 AI 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국가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는 중요한 변곡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AI와 로봇을 더 이상 단순한 개별 기술이 아닌, 국가의 산업 및 안보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AI 반도체라는 하드웨어에, 미국은 장기 R&D와 윤리라는 소프트웨어 및 거버넌스에, 뉴욕시는 도시 적용이라는 플랫폼에 집중하는 등, 각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육성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AI 패권 경쟁이 다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계에서는 성능 지상주의를 넘어 ‘신뢰성(Robustness)’,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 ‘현실성(Real-world applicability)’ 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전면에 부상했다. NeurIPS에서 강조된 모델의 강인성, IROS와 EMNLP에서 동시에 부상한 설명가능성, 그리고 CoRL과 ECCV에서 주목받은 비최적·불완전 데이터로부터의 학습 연구는 모두 AI 기술이 사회 시스템에 안전하게 수용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다음 단계의 과제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AI 기술이 신약 개발과 같은 고부가가치 전문 영역으로 빠르게 침투하며 그 잠재력을 입증했고, 로봇은 전통적인 제조 공장을 넘어 물류, 의료, 돌봄 등 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는 기술의 성숙이 새로운 시장 창출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증거다.
이러한 정부, 학계, 산업계의 움직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4대 서비스 로봇 육성’ 정책 1은 학계의 ‘비최적 시연으로부터의 학습’ 연구 22나 ‘설명가능한 로봇’ 연구 13에 의해 기술적으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비전문가인 일반 사용자가 로봇을 쉽게 가르치고, 그 로봇의 행동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만 서비스 로봇의 대중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AI 반도체 전략’ 2은 NeurIPS 등에서 발표되는 최신 AI 알고리즘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하드웨어를 개발하려는 시도로, 이는 알고리즘과 하드웨어의 공동 최적화(Co-design)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깊은 통찰을 반영한다.
이러한 2020년 10월의 동향을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해 볼 때, 몇 가지 중요한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첫째, 설명가능 AI(XAI)의 보편화다. 2020년 10월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XAI에 대한 높은 관심은, 향후 금융, 의료, 공공 서비스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모든 AI 시스템에 설명가능성 기능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과제를 넘어, 관련 법규와 제도의 표준화 논의로 빠르게 이어질 것이다.
둘째, 데이터 중심 AI(Data-centric AI)의 부상이다. 불완전하거나 부족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극복하려는 연구들은, 모델 아키텍처 개선에 집중했던 기존의 모델 중심 AI(Model-centric AI)에서 벗어나, 양질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정제하며 활용하는 데이터 중심 AI로 연구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임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간 경쟁의 심화 및 다각화다. AI 반도체, 로봇 표준, 데이터 거버넌스, 규제 프레임워크 등을 둘러싼 국가 간의 전략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경쟁은 단순한 기술력 우위를 넘어, 특정 산업 분야에서의 지배력 확보, AI 윤리 및 규범 선도, 동맹국과의 기술 블록 형성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2020년 10월의 동향은 바로 이러한 미래 경쟁의 서막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7.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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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위기 속 빛난 ‘2020 로보월드’ > 현재(2019~) - 계장기술, http://www.procon.co.kr/bbs/board.php?bo_table=magazine_new&wr_id=1259